정민이가 드디어 걸었습니다. (뇌성마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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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47회 작성일 22-06-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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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가 드디어 한 발 내디뎠습니다.
약 2주전 저녁 먹고
우연히 혼자서 땅에 손을 짚고 일어나기를 여러 차례 하더니
어렵게 한 발짝 걸어보더군요.
지금은 혼자서 아주 잘 서고 일어납니다.
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섰는데
이제는 혼자서 일어나고 서 있는 시간도 매우 길어졌습니다.
정민이에게는 정말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정민이가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저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수련원 가족들이 모두 기뻐하셨습니다.
걸을 것이라는 희망은 항상 잃지 않고 있었지만
실제로 정민이가 일어나서 걷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사실 정민이가 얼마 전에,
교육기관에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받지 않고 미뤄왔지만
장애인 카드가 없으면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민이가 혼자 일어나지 못하고 걸음을 떼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민이의 나이에서는 보행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행 여부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고
아이의 인지 상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정민이가 정상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급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정민이가 하는 짓이나 행동을 보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정민이가 나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민이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원장님의 말을 떠올리고 다시 강하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정민이가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정민이가 지금 걸은 것은 뇌가 열리고 머리가 돌아가면서 걷는 것입니다.
정민이와 같은 다른 아이들을 보면
물리치료나 작업치료등을 통해서 걷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기계적으로 걷는 반복훈련을 통해서 걷는 아이들입니다.
저는 정민이가 그렇게 걷는 것은 원치 않았습니다.
만약 정민이가 걷는 것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그런 기관에서 치료를 통하여 걷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머리가 열리면서 스스로 걷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도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하고
기계적으로 걷는 것보다 정
민이가 스스로 말문이 열리고 걸음을 걷게 하기 위하여
무극기를 선택하였습니다.
지금 정민이는 외출할 때 양 손을 붙잡고 걸어다닙니다.
예전에는 균형이 잘 안 잡히고 무서워했었는데
지금은 현관앞에 먼저 나가서 신발 신는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우리 손을 끌면서 가기도 하고
걷는 것에 재미가 붙어 매우 좋아합니다.
말도 많이 늘었고 소변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민이의 이런 변화는 모두 자기 스스로 한 것입니다.
다른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발달 속도는 느려도 천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치료를 받아오면서 힘들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매일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힘들었지만
기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불신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원장님이 격려해주시고
정민이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의지하면서 오늘과 같이 기쁜날이 오게 되었습니다.
정민이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한 걸음 내디뎠으니 그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세 걸음이 되면
우리 정민이는 어느새 뛰어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항상 정민이를 자기 아이처럼 예뻐해주시고 생각해주시면서
기쁜일에 같이 기뻐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시는 수련원 가족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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